미국이 총기규제 못하는/안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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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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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총기 사유의 핵심 근거로 거론되는 수정헌법 제2조의 유구한 역사도 걸림돌이다. 1791년 연방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력 남용을 경계해 제정된 수정헌법 1조부터 10조를 미국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이라 부르는데, 이 중 2조가 “무장한 민병대는 자유로운 국가 수호의 핵심”이므로 “개인의 무장 소유 및 휴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권리장전에 기원을 두고 있는 조항이지만, 미국에서는 초기 식민지 개척과 독립전쟁, 서부 개척 등 미국의 “자유를 위한 투쟁”사에서 ‘개척자 정신’을 발휘한 개인들의 자유를 보호해 준 것이 개인 소유 총기였다는 관점이 담겨 있다.
총기규제 논란이 민주당 중심으로 정치권의 입길에 오를 때마다 규제 반대파는 “수정헌법 제2조를 무너트리려 한다”고 몰아세워 여론을 뒤집었다. 한 번 여러 조건을 들어 제한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개인의 총기 소유라는 근본 권리까지 침해할 것이라는 이른바 ‘미끄러운 경사로(slippery slope)’ 논리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게다가 수정헌법 제2조를 비롯한 권리장전은 ‘중앙집권적 연방주의’에 대항해 각 주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기 때문에, 연방의회에서 총기규제를 내놓는다 해도 주정부나 의회 측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인 총기소지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은 결국 연방정부 또는 주 정부가 집집마다 방문해 강제로 압수하겠다는건데, 문제는 이런 그림 자체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들에게 있어서는 북한이나 중국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벌어질법한 용납할 수 없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만약 쿠데타가 일어나서 군대가 강력한 총기로 무자비하게 국민들을 죽이게 되면 자기 목숨 어떻게 지키냐는거다. 안 그래도 연방정부가 일반인의 총기를 강제로 압수하고 전체주의적 독재를 시행할 것이라는 FEMA 음모론과 같은 것이 널리 퍼져있는 상황에서, 정말로 저런식으로 강제수거하는건 저런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피해의식을 건드리기에 딱 좋은 것이다. 까딱 잘못하면 웨이코 참사와 같은 폭동들이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 한국과 같은 수준의 총기규제를 하기 위해서 수정헌법 2조를 제거하고 새로운 총기법을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6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회 확보: 총기규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총기소지의 권리를 정의한 수정헌법 제2조이다. 따라서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하는게 최우선이다. 미국 헌법상, 개헌을 위해서는 최소한 상하원의 2/3가 동의해야한다. 이 기준을 채우기 위해서는, 수정헌법 2조 폐지에 찬성하는 최소 67명의 상원의원과 290명의 하원의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15]
개헌: 수정헌법 2조를 삭제 또는 개정한 개헌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비준: 최소 38개 주(미국 50개 주의 3/4 이상)에서 개정된 헌법을 비준해야 효력을 가질 수 있다. 3개도 아니고 38개의 주를 설득해 수정헌법2조가 없는 헌법을 비준하게 해야 한다. 과격 무장단체에 의해 반역자 취급당하고 까딱 잘못하면 암살당할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거쳐야 할 과정이다.
주 헌법 개정: 미국은 50개 주 각각 주 헌법이 따로 있다. 연방 헌법에서 이를 지운다고 끝나는게 절대 아니다. 이제는 각 주 주의회를 돌며 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50개 주 전부, 또는 최소 38개 주의 헌법을 고쳐야 한다. 각 주 주의회 하원 과반수, 주의회 상원 2/3의 동의를 받아야 주 헌법을 개정하여 각 주 헌법에 있는 총기소유 관련 조항을 폐지하거나 총기소유 금지 조항을 신설하여야 한다.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입법: 수정헌법 2조를 없앴다고 총기를 규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정헌법 2조를 없앤 건 그냥 수정헌법 2조를 없앤 것일 뿐이다. 총기소유 금지법을 작성한 후, 입법해야 한다. 미국에서 법률을 만들려면 또다시 상, 하원을 모두 통과시키고(상원 재적 과반수, 하원 재적 과반수) 끝으로 미국 대통령의 서명도 받아야 한다.
집행: 총기소유를 완전히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었고 이제 총기 소유는 불법이 되었다쳐도 미국 전역에 풀려 있는 총과 탄환들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입법된 법률을 집행해야 할 차례다. 미국에는 3억 5천만정의 총기가 3억 3천만명의 미국 시민들 사이에 풀려있다. 심지어 총을 쏘는 방법을 몰라도, 혹은 겁이 많아서 어지간해서는 총을 사용할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한 정쯤 갖다놓으면 어딘가 쓸데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가난한 집에도 반자동 소총 한정에 적정한 수량의 탄약을 창고에 보관해 두는 곳이 미국이다. FBI, ATF, 주방위군 병력을 동원해 넓은 국토에 흩어져 있는 3억 3천만명의 미국인을 하나하나 조사해가며 가진 총 다내놓으라고 하고 서명받아야 한다. 이렇게 돌아다니며 3억 5천만정의 총기를 회수해야 하는데 그 총기의 가격이 얼마든 무슨 사연이 있든 심지어 그것이 조부의 유품이든 뭐든 상관없이 다 회수 혹은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집행 과정에서 엄청난 행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경찰권, 군사적 권한이 나뉘어있고, 연방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전력을 보유했더라도 주(州)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되기 때문에 딜레마가 발생한다. 총기법이 특히 그러한데, 총기법은 연방법이 아닌 주 법령이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정부의 총기규제 실패사례에서 보듯이, 연방정부에서 총기규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려도, 일선 주(州, state)나 군(郡,county)의 보안관서가 그걸 씹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한국 같으면 항명 또는 하극상으로 간주되어 최소 중징계를 당할 사안이지만, 이들이 중앙정부의 명령을 무시하고도 신변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이런 관할 문제에 기반한다.
때문에 연방 수준의 총기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과거와는 달리 주별로 연방정부에 심각하게 반발하고 나오는 것이다. 이전에 브래디 법이 시행되었을 때조차 주 단위의 총기규제의 기본 원칙을 어떻게 하진 못했다. 더군다나 애국법에 대한 반감이 심화되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의 수준인 지금이라면 더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에 쏟아지던 비판들 중 하나인, "애국법을 비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애국법을 더 강화했다"는 주장에는 이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권한 쟁의 문제,연방주의와 반연방주의의 갈등이 기저(基底)에 존재하고 있기에, "그냥 중앙 통제를 하면 안 되나?" 식의 얘기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이는 드넓고 인구도 많은 나라로서 미국과 비교되곤 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총기규제가 가능한데[25][26] 왜 미국은 규제가 불가능한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총기규제를 못하는 이유 (brunch.co.kr) <----- 여기 요약을 잘 해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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